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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을 벗어나기 위해…
1 고인수 2006-12-19 14:50:31 4187

세상에 가장 큰 공간이 대한 민국이라고 생각하며 자라온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세상이 나를 지켜줄 것이며 나에게 풍요로움을 제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지낸 시간이 있었다. 그런 반면에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 

그렇게 나의 유년기가 흐르고 세상에 대한 앎이 많아 질 수록 이 우물밖의 다른 세상에 대한 뛰쳐나가 보고 싶은 욕망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그 무렵 나에게 다가온 인도라는 새로운 기회의 포착. 나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더 큰 세상으로의 길을 열어주기에 충분했다.

절대로 놓치기 싫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주위에서 하는 인도의 위험성과 문화와 생활수준은 무시하기에 충분했다. 인도의 IT 인력의 세계의 배치정도, 인도에 있는 제2의 실리콘 밸리, 그리고 가장 맘에 드는 물가가 낮다는 사실과 같은 좋은 이야기만 듣고 이 기회가 나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나에게 줄 것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전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리고 다 좋아 보이는, 같이 가기로 결정하면서 아마 나와 같이 부푼 가슴을 안고 있는 17명의 도전자들, 그리고 콜롬버스가 새로운 대륙을 향해 떠날 때 같이 아무도 해보지 않은 첫 도전이라는 것이 왠지 나의 새로운 삶으로의 도전을 포장해주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명목이었다.

우물을 벗어나서…

하늘에서 보이는 나의 우물밖은 너무나 넒은 것 같아 보였다. 파아란 바다, 군데군데 보이는 작은 또 다른 우물들.... 그 곳에도 유년시절의 나와 같은 이들이 그 우물이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으리라. 그들을 동정하며 그들의 위를 날고 있었다.

다른 우물에서…

인도의 더러운 공기나 까무잡잡한 인도인, 왠지 기분 나쁜 얼굴 표정으로 쳐다보는 눈길, 지저분한 거리, 울퉁불퉁한 도로, 나의 우물에서는 벌써 버리거나 폐차되었을 법한 고물차와 오토바이, 한국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모두를 실망케 했던 인터넷 스피드, 무엇보다도 전혀 모르는 언어가 과거의 우물을 그립게 하며 새로운 우물에서의 삶을 힘들게 하지만,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전을 막을 수 있는 벽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맘을 더 넓게 만드는 좋은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하루 하루 익숙해져 가는 삶들이 맘에 들었다.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준비 되었있는 듯이 잘 맞아 갈 무렵 처음으로 처절히 느껴지는 듯한 고독.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오히려 전의 우물보다 더 많은 것을 쏟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나에게 화살로 돌아오는 것을 견디기에는 나의 됨됨이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 혼자 만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이것이 나를 다시 한 꺼풀을 벗게 했다. 아니 새롭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아마도 생존의 법칙을 가르쳐 주었다 하는 것이 옳으리라. 

그러한 시간이 하루하루 지나가면서 나름대로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나를 보았다. 성장이라는 단어가 어울릴까 아님 퇴보라는 말이 어울릴까. 이게 세상이라는 곳의 삶의 방식일까 아님 방종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새로운 우물에서의 삶을 즐기는 나를…

우물에서의 만남…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거기에 전혀 다른 생활습관과 성장 배경, 그리고 다른 언어를 가진 누군가와의 만남은 특히 그러하리라. 인도 사람들과의 만남은 철저히 호의감으로 다가갔다. 어떠한 유익도 어떠한 기대도 가지지 않고 정말 순수한, 알고 지내고 싶은 마음, 새로운 만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다가갔다. 그러는 나에게 생각보다 쉽게 열어주는 그들의 맘의 문에 고마울 따름이었다. 

듣기에는 거짓과 속임수로 가득차 있다던 이들 속에도 역시 그렇치 않은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순하고 순진해 보였다. 오히려 아는 체 해주기를 기다렸던 양 밝게 다가 오는 그들을 보며, 다시 한번 겉 모습과 들리는 말로만 남을 판단했던 나의 오류를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며 왠지 순수해져 가는 듯한 착각에 잠겨 보기도 하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한 나에게 주는 특권이리라. 순수함으로…

우물안의 나태…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능숙해 진다는 허울인 반면, 다른 것에 대한 무뎌짐을 수반하는 것같다.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은 한가지만 열심히 하면 그것에 대한 결과가 좋은 성과를 가질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다른 일에 대해 신경을 쏟지 말라는 말이 내포되어 있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우물에서의 나의 삶은 변화 없는 모노레일과 같았다. 주위의 변화와는 멀어져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에만 신경을 쓰면서 아무 것도 주위에 없는 양 단순한 반복속에 기계가 된 것처렴 움직이고 있는 나. 그리고 오히려 그것이 평안함이라고 생각하며 새로움이나 변화를 그 평안에 대한 방해처럼 불만을 표시하는 나를 발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도 판단하지 않고서 마냥 흘러가고 있는 나를…

변화를 향한 걸음.

한 때 그런 생각을 했던 나를 기억한다. 나만이 아닌 함께, 그리고 매일 새로움에 감사할 수 있는 삶을 사는 나를… 그러나 지금은 변화없는 삶에 감사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도전이라는 멋진 허울도 어느샌가 잊혀져 있는 나를… 

그래서 여행이라는 것을 선택했다. 어느 누구도 동행하지 않고 정말 나만 가지고 떠나는 세상 여행. 그것은 과연 나의 잠든 듯이 고요한 세상에 씨끄러운 천둥소리와 같았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헤쳐나가야 하는 여행. 더군다나 어느 누구의 통역도 없이 안 되면 손짓 발짓이라도 해서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홀로여행. 사실 그것이 두려웠고 그러한 불안함이 싫었다. 하지만 단순함 속에 나태해진 나의 모습보다 새로움에 감사하기를 바라던 나의 모습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다. 

처음 타본 시외버스. 길가에서 쭈구리고 청해보는 잠. 지상 200m 위에서 내려다 보는 광활한 대지의 모습. 그리고 그 길에서 만들어 보는 또 하나의 삶 그리고 만남. 아직 새로움에 감사할 수 있는 모습이 남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시 바라보는 우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함께 온 친구들이 사랑스럽게 보였다. 길가에 자는 이들이 측은해 보였다. 숙소가 푸근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새로와 보이는 것은 혼자 걸어 본 세상으로의 여행의 성과이리라. 잠시의 여유가 나를 다른 삶으로 이끌 줄이야. 생각보다 쉬운 곳에서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그리고 나 자신을 다시 찿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우물에 온 이유를 되새겨 다시 도전하는 삶을 이 인도라는 우물에서 펼쳐본다. 

인도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더 넓은 우물을 향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다시 주어진 삶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내일도 다시 주어질 삶에 몸을 던지리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새로운 것에 감사할 수 있는 나를 찿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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